차용증쓰는법 돈 빌려줄 때 빠뜨리지 않는 방법

얼마 전 집을 사려는 지인이 부모에게 계약금 일부를 빌리면서 차용증을 언제 써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돈을 보낸 뒤에 적어도 되겠지 생각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빌린 날짜와 갚기로 한 조건부터 서로 다르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차용증쓰는법은 어려운 문구를 외우는 일이 아닙니다. 누가 얼마를 빌렸고, 어떤 방식으로 언제 갚을지를 실제 거래와 맞게 남기는 일입니다.
돈을 보내기 전에 거래 조건부터 맞춥니다
차용증에는 돈을 빌려주는 사람인 채권자와 빌리는 사람인 채무자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를 적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과 혼동하지 않도록 당사자를 특정하려는 목적입니다. 이어 빌리는 금액을 숫자와 한글로 함께 씁니다. 예를 들어 ‘금 삼천만 원정(30,000,000원)’처럼 적으면 자릿수를 잘못 읽을 여지가 줄어듭니다.
작성일과 실제 송금일도 구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10월 29일에 서명하고 10월 30일에 송금한다면, 돈을 건네는 예정일을 10월 30일로 적고 이체 내역을 보관하면 됩니다. 주택 구입 자금이라면 차용증의 금액과 실제 송금액이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번 나눠 보낼 계획이라면 날짜별 금액을 적거나 별도 내역을 붙이면 흐름을 설명하기 쉽습니다.
갚는 날짜와 이자는 숫자로 구체화합니다
‘형편이 되면 갚는다’는 문장은 나중에 다툼을 부르기 쉽습니다. 원금을 한 번에 갚을지, 매달 나눠 갚을지부터 정하고 날짜를 적습니다. 가령 3,000만 원을 빌려 2027년 10월 30일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다면 그 날짜를 명시합니다. 분할 상환이라면 매달 얼마를 몇 일에 보낼지, 마지막 상환일은 언제인지까지 적는 편이 분명합니다.
이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면 ‘이자 없음’이라고 적습니다. 이자가 있다면 연 이율과 지급일을 함께 써야 합니다. 3,000만 원에 연 4%를 적용하면 1년 이자는 120만 원, 12개월로 나누면 월 10만 원입니다. 매달 말일에 10만 원을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갚는다는 식으로 쓰면 계산 방식이 드러납니다. 개인 간 금전대차의 약정이자는 현재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인 연 20%를 넘지 않도록 확인해야 합니다.
제때 갚지 못했을 때의 지연손해금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도 적용할 비율과 계산을 시작할 날을 적고 법정 한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조건을 바꾸기로 했다면 구두로만 합의하지 말고 변경 날짜, 새 상환 일정, 양쪽 서명을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바로 쓸 수 있는 차용증 문장
복잡한 양식보다 실제 합의를 빠짐없이 담은 문장이 유용합니다. 아래 예시는 원금을 만기에 한 번 갚고 이자는 매달 지급하는 경우입니다. 금액과 날짜, 이자 조건은 실제 약속에 맞춰 바꿔야 합니다.
- 채권자 김○○과 채무자 이○○은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2026년 10월 30일 금 삼천만 원정(30,000,000원)을 빌리는 데 합의한다.
- 채권자는 위 금액을 채무자 명의 계좌로 송금한다.
- 이자는 연 4%로 하며, 채무자는 매월 말일 채권자 명의 계좌로 월 100,000원을 지급한다.
- 채무자는 원금 30,000,000원을 2027년 10월 30일까지 채권자 명의 계좌로 갚는다.
- 양쪽은 작성일을 적고 각자 서명하거나 날인한 차용증을 한 부씩 보관한다.
실제로는 각자의 인적 사항과 입금 계좌도 문서에 넣어야 합니다. 금액을 수정할 때는 어느 부분을 고쳤는지 양쪽이 확인하고, 수정한 문서를 다시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빈칸을 남긴 채 서명하거나 상대방 대신 서명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가족 간 차용과 공증에서 헷갈리는 부분
부모와 자녀 사이에 주택 자금을 빌리는 경우에는 차용증 한 장만으로 거래의 성격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국세청은 계약 내용뿐 아니라 실제 돈이 오간 기록과 약속한 대로 갚았는지도 함께 봅니다. 따라서 차용증을 작성한 뒤 계좌이체로 돈을 주고받고, 이자나 원금을 갚을 때마다 그 내역을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기가 왔는데 아무 상환 없이 다시 차용증만 쓰는 방식은 실제 대여였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 2억 원까지는 무이자로 빌려도 무조건 괜찮다’는 말도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이자에 따른 증여이익을 계산하는 문제와 원금 자체가 진짜 빌린 돈인지 판단하는 문제는 별개입니다. 특히 소득이나 자산에 비해 빌린 금액이 크다면 상환 능력과 실제 상환 기록이 더 중요해집니다. 주택 매수 자금이라면 계약금, 중도금, 잔금 지급 시점과 차용금 입금 시점도 맞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증은 모든 차용증의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다만 금액이 크거나 분쟁 가능성이 있다면 공증인에게 계약 내용을 확인받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차용증을 인증받는 것과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것은 효력이 다릅니다. 법원 안내에 따르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공정증서는 강제집행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공증을 맡길 때 어떤 문서를 만드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차용증을 다 쓴 뒤에는 서명된 문서와 송금 내역을 함께 보관하면 됩니다. 돈을 갚는 과정에서도 같은 계좌를 사용하면 거래 흐름을 따라가기 쉽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조건을 또렷하게 적어 두는 일이 서로의 기억에 기대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